조금은 우울한 이야기

유메·2004. 10. 26. 오후 8:26:56·조회 393
평소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겠군요. ``;



오늘 병원 가기 전에 시간이 좀 남아서 피시방에 갔습니다.
게임을 좀 했는데 전 주로 텔링족이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하는데

그중 형이라고 막 이야기를 터놓은 분에게 그리 밝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년 8월까지 진짜로 사랑한 여자가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바람이 났어요. 그 형 진짜로 울면서 보내주고, 그리워하다 그 상처가 아물때 쯤,

한 2주전 그 여자가 찾아왔습니다.

현재 임신 5주째랍니다. 남자는 도망갔고요. 병원에선 3개월 이내면 낙태 가능이니 어쩌니 해도 이미 형태 있는 인간인데...

그 여자분은 필사적으로 아이를 낳겠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요. 사방에선 지우라고, 낳아봤자 일시적인 감정으로 오래 대리고 살게 못된다고 이야기를 하는 통에, 그나마 예전에 자신을 이해해줬던 그 형에게 찾아왔답니다. 울며불며 사정했다죠. 현재 동거중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그 형도... 고민 많이 했답니다. 지워야 할지. 어쩔지. 이제 막 가까워진 우리(저를 포함한 매우 친한 형과 누나. 속칭 여보마누라. 수능 끝나고 술 얻어먹기로 했음. ㅡㅇㅡ/)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한동안 말을 못했습니다.

어찌됐던 남의 자식이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한 사람의 보물인데, 아무리 날 배신했다고 해도 결국 자신을  선택한 여자의 결심인데.

자기 사정도 좋지는 않지만 남자로써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상, 같이 살아야겠다고, 어렵게 이야기 하시는 그 형의 모습에 눈물이 찌잉 났습니다.

저도 많이 도왔구요, 저랑 친한 누나도 말로써 열심히 위로했습니다. 별로 도움이 되질 못하겠지만 그래도... 결정에 도움되길 빕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숙사와서 다섯명한테 물어보니.

깊이 생각도 안하고 반사적으로 지우라고, 그런 여자 왜 데리고 사냐고....

공부로는 전국 최상위권 애들입니다.

이런애들이 나중에 나라를 지탱합니다.

우울합니다.


ps.저 도리에요
이 글은 옛 글터(2013–2021)에서 보존된 읽기 전용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