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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감· 내가 자주 가는 길

출근길, 퇴근길

현이이야기꾼·2026년 5월 19일 AM 09:48·709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는 느낌이 다르다.

아침과 저녁의 차이일까. 집에서 떠날 때와 집으로 들어올 때의 차이일까.

매일 같은 시간 집을 나선다. 같은 버스를 타고, 정해진 개찰구를 지나, 늘 서던 자리에 선다. 러시아워의 지하철 안에서는 사람들 틈에 끼어 발꿈치만 겨우 바닥에 붙인 채 휩쓸려 간다. 출근하는 인파에 떠내려가듯 내려서, 정해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정해진 길을 따라 회사로 들어선다.

퇴근길은 그 모든 것의 역순이다.

오래 살아온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인생을 논할 깊이도 없지만, 가끔은 이런 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매일 같은 길을, 같은 시간에, 같은 자세로 걷는다는 것. 어쩌면 그게 어른이 된다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기 싫은 걸 매일 해내는 게 실력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 있다. 그때는 그 말이 일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면 출근길에도 같은 이야기가 적용된다.

매일 걷는 길에는 매일 만큼의 족적이 쌓인다. 어제와 똑같은 길을 오늘 다시 걷지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다. 그 미세한 차이가 모이고 모여서,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무언가가 만들어져 있다.

그 길 끝에 내 가정이 있고, 내 아내가 있고, 내 아이들이 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또 내일 아침에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칸에 서고,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그 길 위에서 또 무언가가 천천히 만들어지겠지.

이제, 퇴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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