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과 독서
작문과 독서
작문의 본질과 과정 (정석과 원리)
작문(Writing)은 단순히 생각나는 대로 글자를 적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생각과 감정을 고도의 논리적 과정을 거쳐 문장으로 구조화하는 인지적 소통 행위이다. 올바른 작문의 과정은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며, 학술적이거나 문학적인 글을 막론하고 모든 텍스트가 지녀야 할 보편적 정석(正道)이 존재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작문의 핵심 원리와 그에 따른 구체적인 적용 사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1. 사유의 선형화와 구조화 (설계의 원리)
인간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생각은 대개 비선형적(Non-linear)이며 파편화되어 있다. 작문의 첫 단계는 이처럼 무질서하게 흩어진 사유의 조각들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인과 관계와 우선순위에 맞추어 줄 세우는 과정, 즉 '선형화(Linearization)'이다.
건축가가 건물을 짓기 전에 정밀한 설계도를 그리듯, 작가 역시 글을 쓰기 전에 철저한 개요(Outline)를 작성해야 한다. 거시적인 구조가 흔들리면 아무리 세부 문장이 화려해도 글 전체의 논리가 무너진다.
💡 구체적 예시 (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글을 쓸 때)
잘못된 접근 (설계 없음): 첫 문장부터 "학교폭력은 나쁩니다."라고 쓴 뒤, 생각나는 대로 처벌 강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자신이 아는 피해 학생의 슬픈 사연을 감정적으로 늘어놓은 후 흐지부지 마무리한다.
올바른 접근 (설계 있음):
서론: 학교폭력의 현재 실태 및 문제 제기
본론 1: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원인 분석 (개인적·사회적 요인)
본론 2: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제시 (제도적 보완 및 인식 개선)
결론: 요약 및 향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
2. 텍스트성(Textuality)의 구현 (응집성과 결속성)
글이 독자에게 읽히고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이를 국어학에서는 텍스트성이라 부르며, 크게 두 가지 요소로 나뉜다.
결속성(Cohesion): 문장 표면에 나타나는 연결 고리이다. 앞뒤 문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돕는 지시어, 접속어, 시제의 일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응집성(Coherence): 글 전체의 심층적인 의미적 긴밀함이다. 모든 문단이 하나의 궁극적인 주제(Thesis Statement)를 향해 긴밀하게 복무하고 있는가를 뜻한다. 주제에서 벗어난 단락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과감히 삭제하는 것이 작문의 정석이다.
💡 구체적 예시 (문장 간의 연결)
비문(非文) 및 결속성 부족: "인공지능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나는 어제 컴퓨터를 샀다. 인공지능 교육은 필수가 되었다." (주제와 무관한 문장이 섞여 있고 문장이 파편화됨)
결속성과 응집성 확보: "인공지능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 역량 교육을 필수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3. 독자 중심의 수사학적 배려 (가독성과 명료성)
모든 작문은 독자와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글을 쓸 때는 언제나 예상 독자의 지적 수준, 관심사, 배경지식을 고려하는 '독자 중심적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명료성의 원칙: 화려한 수식어나 불필요하게 난해한 한자어, 지나치게 긴 만연체 문장은 저자의 지적 허영을 드러낼 뿐, 소통을 방해한다. 가장 정제된 글은 더 이상 더할 게 없는 글이 아니라, '더 이상 뺄 단어가 없는 명료한 글'이다.
객관성과 타당성: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는 감정적인 호소(Pathos)를 지양하고, 객관적인 사실과 신뢰할 수 있는 통계 자료 등의 논리적 근거(Logos)를 바탕으로 글의 신뢰성(Ethos)을 확보해야 한다.
💡 구체적 예시 (글의 표현 다듬기)
부적절한 표현: "최근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서민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아주 악랄하고도 잘못된 정책이므로 당장 때려치워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감정 과잉, 만연체 주관적 표현)
올바른 표현: "최근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저소득층의 가계 부담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복지 차원의 요금 보조 조치를 병행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객관적, 논리적 서술)
4. 회귀적 프로세스로서의 퇴고 (고쳐쓰기의 미학)
작문은 한 번에 끝나는 일방통행의 과정이 아니다. 초고를 작성한 후 끊임없이 앞으로 돌아가 주제를 점검하고, 단락을 재배치하며, 단어를 교체하는 '회귀적(Recursive) 과정'의 연속이다. 일필휘지로 쓰인 완벽한 초고는 존재하지 않으며, 좋은 글은 오직 철저한 퇴고(Revision)를 통해서만 완성된다.
글 전체에서 문장 단위로: 퇴고할 때는 글 전체의 주제가 일관된지(거시적) 먼저 확인한 후, 문단의 연결성을 보고, 마지막으로 맞춤법과 낱말의 오류(미시적)를 바로잡는다.
낭독의 활용: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눈으로 볼 때 발견하지 못했던 비문이나 어색한 호흡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 구체적 예시 (퇴고의 과정)
초고 상태: "컴퓨터는 현대인에게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많은 일을 편리하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잘 써야 한다."
퇴고 후: 단어의 반복을 피하고, '그것'이 가리키는 대상을 명확히 하여 문장을 정돈한다. ➡️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는 현대인의 업무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기술적 도구를 주도적이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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