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강가의 여관(2)

현이이야기꾼·2026년 6월 9일 AM 02:14·2,773

제2화 - 비늘의 목소리

문이 열리는 순간, 차가운 바람이 여관 안으로 밀려들었다.

비 냄새가 아니었다.

무덤을 파헤쳤을 때 올라오는 젖은 흙냄새.

라한은 본능적으로 장작칼을 움켜쥐었다.

문밖에는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정확히는 사람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그들의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지만, 눈만은 보였다. 푸른 불빛.

강 건너 숲에서 보이던 그것과 같은 빛이었다.

베론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손님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빠르군."

푸른 눈의 존재들은 말없이 여관 안으로 들어왔다.

발소리가 없었다.

마치 걷는 것이 아니라 바닥 위를 미끄러지는 것 같았다.

가장 앞에 선 존재가 입을 열었다.

"비늘을 넘겨라."

목소리는 이상했다.

한 사람이 말하는데 여러 사람이 동시에 속삭이는 것처럼 들렸다.

손님은 웃었다.

"거절한다."

"그것은 왕의 것이다."

"왕은 죽었다."

순간 푸른 눈빛이 흔들렸다.

마치 분노가 파문처럼 번지는 듯했다.

"왕은 죽지 않았다."

라한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비늘이 보여준 환영 속 목소리.

똑같은 말이었다.

그 순간 손님이 외쳤다.

"라한! 눈 감아라!"

쾅!

새하얀 빛이 터졌다.

라한은 반사적으로 팔로 얼굴을 가렸다.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비명.

나무가 갈라지는 소리.

그리고 폭풍 같은 충격.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여관은 반쯤 무너져 있었다.

벽난로가 뒤집혀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푸른 눈의 존재들은 사라졌지만, 손님도 없었다.

대신 바닥 위에 검은 비늘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핏자국.

"아저씨!"

라한이 외쳤다.

대답은 없었다.

베론은 부서진 기둥 옆에 주저앉아 있었다.

다행히 살아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창백했다.

그는 비늘을 가리켰다.

"가지고 도망쳐."

"뭐?"

"지금 당장."

라한은 고개를 저었다.

"설명부터 해주세요."

베론은 잠시 눈을 감았다.

마치 수십 년 동안 숨겨왔던 무언가를 마침내 꺼내야 하는 사람처럼.

"그 손님을 본 적이 있다."

"오늘 처음 본 거 아니었어요?"

"아니다."

베론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스무 해 전에도 똑같은 얼굴이었다."

라한은 얼어붙었다.

"뭐라고요?"

"하루도 늙지 않았어."

침묵이 흘렀다.

빗소리만 들렸다.

베론은 천천히 말했다.

"그는 왕국이 무너지기 전부터 살아 있던 자다."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니까 무서운 거지."

라한은 비늘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표면에 금빛 문양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문양이 움직였다.

이번에는 분명히.

살아 있는 것처럼.

라한의 손이 저절로 비늘에 닿았다.

순간 세상이 사라졌다.


그는 눈 덮인 평원에 서 있었다.

하늘은 붉었다.

산맥보다 거대한 그림자가 수평선 끝에 누워 있었다.

용.

너무 거대해서 생물이라고 믿을 수 없는 존재.

산 하나가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았다.

라한은 본능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들었다.

이번에는 훨씬 선명했다.

"마침내."

라한은 고개를 들었다.

용의 황금빛 눈동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나는 마지막 증인."

목소리는 천둥 같았다.

"그리고 너는 마지막 계승자."

라한은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말입니까?"

용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인간들은 맹약을 잊었다."

순간 환영이 펼쳐졌다.

도시들.

성벽들.

하늘을 가르는 용들.

그리고 인간들.

그들은 용의 알을 훔치고 있었다.

수십 개.

수백 개.

비명을 지르는 새끼 용들.

불타는 둥지.

절규하는 하늘.

라한은 숨을 삼켰다.

"이게..."

"멸망의 시작이다."

용이 말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인간을 버렸다."

환영은 계속되었다.

왕국이 무너졌다.

성벽이 쓰러졌다.

도시가 불탔다.

그리고 왕좌에 앉은 한 남자가 나타났다.

검은 망토.

황금 왕관.

하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왕이다."

용이 말했다.

"그리고 그는 아직 살아 있다."

라한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어떻게?"

용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거대한 발톱을 들어 올렸다.

그 위에는 수많은 검은 비늘들이 놓여 있었다.

"이것은 기록이다."

라한은 자신의 손에 들린 비늘을 내려다보았다.

"각각의 비늘에는 기억이 담겨 있다."

"기억?"

"역사."

"지식."

"언어."

"그리고 힘."

라한은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힘?"

용의 눈이 번뜩였다.

"비늘의 문자를 읽는 자는 기록을 빌릴 수 있다."

"기록을?"

"죽은 자들의 기억을."

라한의 숨이 멎었다.

고대 학자.

전설의 기사.

잊혀진 마법사.

그들의 지식이 모두 비늘 안에 있다는 뜻이었다.

용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배워라."

금빛 문자가 하늘을 가득 채웠다.

"해독하라."

문자들이 폭풍처럼 몰려들었다.

"시간이 없다."

라한은 비명을 질렀다.

수천 개의 문자들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 그는 다시 여관에 있었다.

새벽이었다.

불은 꺼져 있었다.

비는 그쳤다.

베론은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다.

라한은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깨진 접시.

그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칼드라."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언어였다.

그러나 그 순간.

접시가 스스로 움직였다.

천천히.

조각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베론이 눈을 떴다.

라한도 얼어붙었다.

깨진 접시는 원래 모습으로 복원되어 있었다.

침묵.

라한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비늘은 여전히 그의 품 안에 있었다.

그리고 금빛 문양 하나가 새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직감했다.

용의 비늘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었다.

이것은 무기였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막 그 사용법의 첫 글자를 읽은 것이다.

이 글에 대해 감상을 남기시겠어요?

감상은 본문 옆에 댓글이 아니라, 광장의 감상방에 별도의 글로 올라갑니다. 작가에게 알림이 가요.

감상 작성하기 →

댓글 0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하세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